눈에 보이지 않는 것
- 이어도/ 이청준/ 열림원 -
#.
보이거나 만져지지는 않으나, 있는 것!
나는 평소 그런 것에 관심이 많다.
원인과 결과, 사고와 행동처럼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사이,
혹은 그 이전의 무엇이 있음을 느끼고 찾는 과정에서 더 성숙하고 깊어지는 것 같다.
결과가 드러나고 나서야 되짚어보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싶지 않고,
더불어 행복하게 살고 싶은 내 나름의 사고방식일 수도 있다.
일상적으로는 받아들이고 알면서도, 이해(利害)에 따라 숫자나 사진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외면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청준에게 이어도도 그런 대상이었던 것 같다.
입증할 수 없지만 존재하는 것! 작가는 선우 중위에게는 없고 천남석에게는
분명이 있다는 전제로 우리의 감성과 사고를 자극한다.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면 어느 순간 거기 있는 ‘무엇’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작가가 소설을 쓸 당시에는 이어도는 사람들의 관념 속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실재하는 섬으로 증명되었다.
현실을 살고 있지만 여기에 머물지 않게 일깨워주는 사람, 작가는 참 대단한 사람이다.
#.
마침 밤늦은 시간에 이 책을 읽게 되어 느낌이 좀 달랐나 싶기도 하다.
책을 읽으며 가벼운 전율을 느꼈다.
창틀을 건드리는 바람, 가전제품인지 무엇인지 집이 내는 낯선 소리, 내 숨소리…….
눈에 보이지 않으나 나를 둘러싼 그물코들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이어도 민요의 노랫가락에서 마력이 느껴졌다는 책 속의 묘사처럼
이어도를 다 읽자 내 마음이 착 가라앉아 어디론가 쑤욱 들어가는 것 같았다.
보이지 않으나 우리 삶을 이끌어가는 그 무엇! 다음날,
지난밤에 써둔 글귀를 보며 내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이 진실과 얼마나 닿아 있을까?
얕은 지식의 잣대로 인식의 영역을 섣불리 한계 짓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다.
#.
이어도는 제주 마라도에서 서남쪽 149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수중 바위섬이다.
이어도는 제주에서 나고 제주사람이기에 응당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다.
고된 삶의 희망으로 또는 마감으로 가닿는 곳, 머무를 곳을 마음속에 품었기에
섬사람으로 바다와 함께 살아지기가 가능하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어떤 이는 이어도를 영토와 국경의 의미를 포함하여 우리의 ‘강역(疆域)’이라고도 한다.
대한민국 해양과학기지가 있어 해양자료 수집이나 수색 기지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이미 우리에게 있어 온 것을 자료나 문서로 주인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슬쩍
빼앗아 자기 주머니에 넣고 오래전부터 자기 것인 냥 하는 태도는
독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싸움이 생기면 잘잘못은 명확히 가려야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 법이다.
시비를 걸어오는 자에게는 더 큰 힘으로 제압하는 방법이 제격이지만
더 지혜로운 싸움의 기술, 갈등 해결법이 분명 있을 것이다.
국제분쟁을 다루는 이들이 과학에만 너무 매몰되지 않고 인문학적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1974년에 발표된 이청준의 <이어도>가 아주 훌륭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다.
참조 : 2001년 한ㆍ중 어업협정 당시 이어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한국 정부는 이어도를 공동수역으로 설정하였고, 이어 2006년에는 한ㆍ중 양국이 이어도는 수중 암초로 섬이 아닌 만큼 영토분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데 합의를 함으로써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그 사이 한국 정부는 2003년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함으로써 논란을 가중시켰다. -네이버 지식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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